그러나 1년반의 임기말의 레임덕 현상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 8·15 평양축전 참가자들의 돌출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동원 통일부장관 퇴진압력은 그가 ‘햇볕정책’의 설계자이자 전도사라는 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공식화한 것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해로 기억된다. 13대 총선이 그해 4월에 실시되어 여소야대(3김시대) 국회에서 통일특위가 구성되어 통일정책의 기조를 다지는 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3김들은 통일문제를 정당차원을 넘어 범국민적 국가적 과제로 선정하고 협력키로 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공식화 한 것은 ’89 독일통일이 이뤄진 시기로 金泳三 정부에서 재확인됐으며 金大中 정부에서도 계속 유효한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햇볕정책’의 민족사적 의미와 성과에 대해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를 느낀다. 햇볕정책은 남북이 적대적 분단을 극복하자면 햇볕정책만이 유일한 대안이요, 숙명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수용된 합의’이기도 하다.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사임문제를 둘러싸고 자민련과 민주당(청와대)의 대치가 심각하다. ‘자진사퇴’ ‘경질불가’로 사실상 자민·민주 공조체제의 보·혁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DJP공조(共助) 불괴위기로 치닫는 형국이다.
문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동여당이 언제까지 공조를 지키느냐 깨느냐로 시간을 끌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임동원장관의 사퇴만 중요한게 아니라 민생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하다. 공조를 지키든 깨든 빨리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눈에 비치는 공동여당의 힘겨루기가 국정을 도외시한 ‘오기싸움’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어차피 DJP연합은 뿌리와 정책, 이념과 의식이 다른 ‘잘못된 만남’은 두정파간 ‘정략적 동거’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난 총선때 집권당이면서 DJP가 참패한 것은 국민에게 공약을 어기고 왔다 갔다 해 또다시 ‘흥정과 담합’으로 미봉하려 한다면 국민은 그런 공동여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었다.
우리는 햇볕정책이 현정권에서만 추진되고 그쳐서는 안된다. 통일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이며 계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의 햇볕정책을 두고 ‘퍼주기정책’이라고 매도하나 그것은 졸부의 단견이라고 단언한다. 붕괴되기 전 서독이 동독에게 공여한 경제원조는 자그만치 5백억 달러에서 6백50억 달러에 이르고 민간교류의 대화에도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였다.
해방직후 좌우익 대립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부딪쳐 보지않았던가. 1945. 12. 27. ‘신탁통치’ 결정은 독립을 지연시킨다고 임시정부 김구와 이승만은 반탁운동을 주도했고, 공산당의 박헌영과 건국위 여운영은 찬탁운동을 한민당수 송진우는 29일 김구와 이승만을 방문하여 5년간 신탁통치는 선진국 정치훈정기임으로 수락할 것을 종용했다가 30일 오전 6시 30분에 피살되고 말았다. 송진우는 김구의 임정을 나오며 격앙된 목소리로 “이대로 5년이 채 못되어 이 강산에 큰 변괴나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외쳤다.
예언은 적중했다. 1946. 10. 1 대구사건, 1948. 4. 3 제주사건, 1948. 10. 19 여순사건, 1950. 6. 25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으로 세계사에서 그 유례가 없는 대참극이었다. 이념대결의 양극화로 4백만 동족이 희생돼 구천에서 떠돌고 있지 않는가. 오호라 망자는 말이없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통일뿐이다. 남아있는 우리에게 가장 큰 불안을 안겨주는 것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것이며 오히려 국민적 분열의 징조가 날로 짙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세계사적으로 절대적 냉전구조가 형식상이나마 해체된 현실에서 남북한 만은 시대착오적 방향에 전진해야 하는가. 나는 남한에 반통일세력은 없다고 단언한다.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남한만이라도 완벽하게 유지하는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 절대다수다.
햇볕정책의 목표가 주체사상이라는 표피를 비롯하여 가슴속에 숨어있는 원천적 의식의 오류를 햇볕으로 벗겨내고 세척하자는 것이다.
끝으로 6·15 남북정상회담 뒤 한반도에는 전쟁재발위험성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위급할 때는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통로가 트여있다는 것만해도 얼마나 큰 진전인가. ’97 경제신탁통치를 3년8개월만에 졸업한 것도 남북정상회담이 국제사회의 신뢰게임이 주효했기에 더욱이 정부의 위기극복과 국민의 노력과 단결력의 결과를 보면서 한국이 다시 한번 세계사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국가성취를 기대하면서 햇볕은 7천만 민족의 소중한 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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