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TERROR)란 원래 라틴어로 “커다란 공포”를 뜻하는 말이지만 요즘은 테러행위, 테러리즘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미국과 적대적 국가인 쿠바와 리비아 등 온 지구촌의 지도자가 ‘신종 테러전쟁’을 맹비난하면서 전쟁을 불사하는 보복지원을 다짐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우리에게도 즉각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무엇보다도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에 따른 여파로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6개월만에 재개하는 남북장관급회담(9. 15 ~ 18)을 앞두고 미국이 ‘불량국가’로 지목해온 북한이 이번 사건과 무관할 뿐 아니라 이례적 테러비난은 천만다행이다. 만약 북한이 조금이라도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면 한반도는 대 재앙의 참화속에 빠져들고 말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 3월 4차장관급회담 시작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후 ‘평화통일축전’, ‘금강산토론회’ 등 민간행사는 계속되었으나 장관급회담은 무산되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적극적인 권유로 오는 24일 뉴욕과 10월 18일 서울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걸쳐놓음으로써 미·북대화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같다.
이번 회담에서는 그동안 협의를 하고도 이행을 미뤄왔던 경의선철도연결공사의 북측부문공사, 개성공단, 금강산육로관광도로공사, 이산가족문제의 제도화가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6·15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인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을 계속 회피하는 것은 6·15선언의 본래의 뜻을 의심케 하는 것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김위원장 답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극심한 식량난 해소를 위한 쌀지원과 전력공급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위원장의 중(2001. 9. 3~5), 러(2001. 7. 27~8.20) 양국답방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북한은 남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본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기업들이 추진해온 남북경헙산업이 하나같이 정체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있다. 산자부가 이번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유로는 북한 당국이 남측기업인의 방북을 불허하거나 체류를 거부해 사업이 중단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수산물채취 가공업에 현물투자한 미흥식품, 가리비양식사업에 1만3천달러를 투자한 태영수산과 LG, 96년 이래 남포공단을 운영해온 대우, 나진선봉지구합영농장 운영 및 계약재배사업을 추진한 두레마을영농조합 등이 그런 예라 할 것이다. 금강산 샘물개발사업이 7월 현재 5백52만7천달러를 투자한 태창의 경우 북측이 t당 물 가격을 3.5달러에서 1백달러로 인상 제시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기업인들사이에 떠돌았던 “북에서 돈 번 사람없다.”는 속설은 이제 깨져야 하며 경제적 호혜주의야말로 남북간 경협을 장기적으로 제도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남측기업의 진출을 가로막는 갖가지 장벽을 치우기는 커녕 오히려 남측기업인의 방북자체를 막거나 턱없이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북측경제에 자승자박의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남측기업의 대북진출은 앞으로 북측의 해외투자유치에 큰 도음이 되는 길잡이 역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도 전경분리원칙을 내세워 민간기업의 대북투자진출을 방관만 하지 말고 합영합작 등 대북투자진출이 아닌 위탁가공교역의 경우 북측에 투자한 우리기업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할 기본의무라 할 것이며 뿐만아니라 투자가이드라인제시 정보제공 등 적절한 지원대책을 마련 제공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안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일방적 지원을 한다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퍼주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여기서 ‘퍼주기’에 담겨있는 뜻은 상호원칙에 입각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괄목할 성과가 없으며 우리도 넉넉하지 못한데 북한 군비확장에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북정책을 국가간의 교역이나 또는 일방적인 시장경제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경우는 우리가 돈도 주고, 물자도 주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가치의 그 무엇을 받을 수도 없지 않는가? 전자에 본란을 통해 언급한 바 있으나 독일의 경우 1972년 동독 기본조약체결후 1989년 통일 때까지 17년이란 긴세월동안 시종일관 일방적인 지원으로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1천44억5천만마르크(1마르크=6백원 기준으로 62조6천7백억원)의 현금과 물자를 지원했다.
1992년 2월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7월말까지 정부차원에서 1억8천7백95만달러, 민간차원에서 1억1천4백59만달러 도합 3억2백54만달러를 지원했으며 김영삼 정부 5년(1993~1997)동안 정부와 민간에서 지원한 것은 2억8천4백8만달러에 이르렀다.
서독판 ‘햇볕정책’인 ‘동방정책’은 1969년 빌리 브란드 총리의 취임연설에서 발표되자 당시의 야당에서는 “국익을 팔아먹는다”, “배반자”라고 몰아붙였다. 70년 3, 5월 두차례의 동·서독정상회담이 별성과없자 야당원내총무였던 콜이 공격에 앞장섰으나 콜은 20년 뒤 ‘동방정책’의 성과로 ‘통일독일의 첫총리’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독일의 ‘동방정책’ 설계자에 곤 바어 전 독일경제협력부장관은 한국의 ‘남남갈등’과 ‘보혁심화’ 현상을 보고 또 최근 임동원장관의 해임 등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도 겪었던 일로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끝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재야시절 면학파로 정치 경제 외교에 상당한 식견을 지닌 정치인으로 자타가 공인한다. 민주주의와 인권투자로서 국제적 명성은 외교적 자산이었다. 이러한 식견과 자산을 바탕으로 취임후 경제식민지도 구출했고 대미, 대일 관계도 복원시켰다. ‘햇볕정책’으로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정책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성공뒤는 함정도 있게 마련이다. 자칫하면 자신감의 과신과 독선으로 변질하기 쉽다는 철언을 새겨 재야의 합리적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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